베트남이라는 나라/베트남 생활문화

베트남 건축양식

하노이 나그네 2023. 10.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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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처음 오신 분들은 하노이나 호치민의 건물들을 보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저 또한 2015년말 하노이에 처음 발을 내딛고 난 뒤 하노이의 건축물들을 보면서 많이 신기해 했던게 사실이었죠.

베트남의 건물들은 희안하게 앞의 면적은 좁고 뒤로는 길쭉한 형태의 건물들이 많습니다.

마치 성냥갑을 세워놓은 듯한 건물들이 많지요.

베트남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보여주는 건물은 바로 튜브하우스(Tube house) 입니다. 

하노이, 호치민 시 및 베트남 전역의 주택형태는 일정하게 짓도록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기본 주택의 대지는 4m 폭을 기준으로, 길이가 짧은 경우는 18m, 긴 경우는 약 25m정도 되어 있는데 정문은 가로로 여닫게 되어있는 셔터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건축설계의 형태는 도시의 오래된 조세법과 관련이 있습니다. 

호찌민시와 하노이가 발전하기 시작했을 때, 그 법은 집의 전면(가로길이)에 대해서만 재산세를 부과했다고 합니다. 

이 건물들이 들어선 땅이 애초 국가로부터 '주거용'으로 할당된 땅이라는 데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부자연스러움이 숨어있었던 것입니다.


  • 1954년 북베트남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여느 붉은 국가들이 그랬듯 북쪽에서는 영토를 재분배하고 상업재산을 국가의 소유로 바꾸는 토지개혁이 단행되었고 그후 인민들의 의식주를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시스템이 유지되었다.
  • 1954년 북베트남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여느 붉은 국가들이 그랬듯 북쪽에서는 영토를 재분배하고 상업재산을 국가의 소유로 바꾸는 토지개혁이 단행되었고 그후 인민들의 의식주를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시스템이 유지되었다.

1. 땅은 인민의 것이다.

2. 땅은 국가에 의해 관리된다.

3. 국가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활용을 책임진다

4. 국가는 농경지를 보호한다

5. 국가는 땅에 대한 투자를 촉진시킨다

6. 국가는 땅의 값어치를 매긴다.

  • 주택 정책에 있어서도 국가는 큰 역할을 담당하는데, 도시계획에 따라 토지를 소득이 발생하는 땅(income producing land)과 발생하지 않는 땅(non-income producing land)으로 분류하고 전자는 기업이나 사업자에게 단기간 빌려주거나 할당하고 후자를 일반인들에게 주거용으로 할당했다.
  •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땅은 이를 할당받은 사람들이 일종의 취득세를 내고 나중에 그 위에 집을 짓고 나면 상속,양도,임차 등의 권리가 주어진다고 한다. 사실상 사고 파는 행위를 가능케 한 것이다.

여기서 베트남 다이어트형 건물의 비밀이 조금 드러난다. 주거용으로 땅을 할당받는 사람들이 자본이 풍부한 기업가도 아니니 이들이 커다란 건물을 지을 엄두도 못냈을 테고 취득세를 적게 내기 위해 일부러 빼빼마른 건물을 지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가옥 구조상 뒤로 길게 지어져 6층 이상의 건물의 경우는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흡사 성냥 통을 세로로 세워 놓은 형태와 흡사하지요. 

당연히 옆집과 벽으로 붙기 마련이라 담장이 거의 없어요.

가옥 내에 조그마한 정원이라도 있는 집은 주택의 대지 폭이 4m를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옥이 옆으로 붙여 나가는 형식으로 짓기 때문에 주택의 정면 부위만 치장을 하게 됩니다.

정문 쪽의 방은 창문이 있지만 그 뒤로 배치되는 방이나 화장실은 옆집과 바로 붙어 있기 때문에 창문이 없어요.

그래서 빈번히 일어나는 정전 시에는 그야말로 암흑처럼 어두워집니다.

그래서 건물마다 창을 낸 곳에 최대한 많은 식물을 심어 놓는다고 합니다. 

덥고 습한 공기가 식물 잎을 통해 약간의 냉각효과 및 공기 정화를 거쳐 건물 내부로 들어오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낮에는 햇볕을 가려주는 용도가 되구요! 

기후가 덥기 때문에 베트남 건물의 한 층의 높이는 3m 정도로 높게 짓습니다.

이는 상부의 공간을 확보하여 공기의 순환을 도와 조금이라도 더위를 피해 보려는 생각에서 연유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베트남 건물의 3층은 한국의 건물 4층 높이와 거의 같습니다.

베트남은 대가족 중심으로 다세대 가족이 함께 사는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이런 집들은 꽤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식구가 많을수록 위로 높게 짓는다고 하죠. 

일반적으로 한 층은 공용거실 및 부엌, 다른 층은 가족 침실 등으로 짓는다고 합니다.

2~3층의 가옥이나 건물을 지을 경우 따로 지반을 다지는 파일 공사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지하로 약 1m 정도 파 들어가 콘크리트를 부어 철근을 넣어 기초공사를 합니다.

버팀이 되는 기둥은 30cm 정도의 좁은 기둥으로 세워지는데 이는 한국의 건물과는 달리 큰 하중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건축을 할 때 층 바닥의 두께도 한국보다 얇고 사용되는 벽돌도 구멍이 뚫려 있어 전반적으로 가볍게 지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벽돌은 흙으로 구워 가마에서 구워지는 적 벽돌인데 가운데가 구멍이 뚫려 있으며 한국의 그 것 같이 단단하지는 않아요.

건물의 벽을 적조할 때에도 별도의 방음재나 방화재 같은 것은 넣지 않고 벽돌 또한 얇아 방과 방, 심지어는 담이 붙어 있는 옆집의 TV 소리도 들릴 정도니깐요.

현재는 삶의 질에 기반을 둔 집을 짓는다기 보다는 가옥 형태를 갖춘 집을 짓는 양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점차 생활 수준이 나아지면 한국처럼 방음재나 방화재 등이 건축에 필수 재료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시멘트를 부어 골조 공사를 할 때에도 레미콘 트럭을 이용하기 힘들어 조그만 건물이나 주택 공사에는, 원동기에 체인을 걸어 자그마한 원통을 돌려 그 안에 시멘트와 석재를 삽으로 퍼 담아 시멘트 반죽을 하는 식으로 작업을 해요.

레미콘 트럭이나 고층까지 시멘트 반죽을 품어 올려주는 차량은 대형 건물을 지을 때나 사용하고 소규모 건축을 아직도 거의 인간의 노동력만으로 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