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고요한 밤 좋은 글 한 구절/고요한 밤 좋은 시 6

슬픈 결혼식

자꾸 술잔을 기울입니다.오늘따라 술을 권하는 친구들이 고맙습니다.술잔이라도 붙잡고 있지 않으면내 손이 전화기를 잡고 그녀의 전화번호를 누를까봐바쁘게 손을 움직입니다.술잔이 눈물을 흘립니다.술이 취하긴 취했나 봅니다.술잔이 울다니...  그녀가 말한건 항상 이렇게 맞아 떨어집니다.난 정말 엉뚱한 놈입니다.이런 엉뚱한 놈을 사랑한 그녀는 더 엉뚱한 여자입니다.한 녀석이 내 술잔을 빼앗아갑니다."몇 시간 후면 결혼할 놈이 그만 마셔. 임마~"몇 시간 후면 나는 결혼을 합니다.엉뚱한 날 사랑한 엉뚱한 그녀가 아닌 너무나 참하고 논리정연하고 단정한 여자와 난 결혼을 합니다.손에 힘이 빠집니다.이대로 온 몸에 힘이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떠졌습니다.그래도 결혼식이라고 누가 깨우지 않았는데도 눈이 떠집니다.대충..

그 사람의 결혼식

일요일인데 너무 일찍 눈이 떠진다 했습니다.잠을 자지 않은 것처럼 머리가 무겁습니다.달력을 봅니다.오늘이 그 사람의 결혼식이 있는 날인걸 다시한번 확인합니다.  확인하고 나 바보같이 욕실로 향합니다.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양치도 합니다.유령처럼 그렇게 나는 소리없이 움직이면서그 사람 결혼식에 갈 준비를 합니다.  화장을 합니다.마음은 급한데 화장은 자꾸만 늦어집니다.화운데이션을 바르고 나면 눈물이 흐르고닦고 또 바르고 나면 흐르고...간신히 참고 화운데이션을 다 바릅니다.마스카라를 칠하는데 또 눈물이 납니다.검은 눈물이 온통 얼굴을 뒤덮습니다.물티슈로 얼굴을 다시 닦아냅니다.입술을 깨물고 다시 화장을 합니다.화장을 하면서 바보같은 나 그 사람이 화장하지 않은내 모습을 좋아하던 것을 기억해냅니다.화장하지..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제 좋다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중에서

가지 않는 길

♧ 가지 않는 길 ♤ 노란 숲 속 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을 굽어 껵여 내려간 곳까지 바라볼 수 있는데까지 멀리 바라보았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던 것이다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다 나는 다음 날을 위해 한 길을 남겨 두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음으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 숨을 쉬면서 얘기할 것이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노라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로버트 프로스트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