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담쟁이> 중에서
'고요한 밤 좋은 글 한 구절 > 고요한 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픈 결혼식 (15) | 2024.09.23 |
---|---|
그 사람의 결혼식 (17) | 2024.09.22 |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0) | 2023.12.21 |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0) | 2023.12.05 |
가지 않는 길 (0) | 2023.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