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습작/베트남

베트남에서의 2번째 추석

하노이 나그네 2023. 9.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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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기억의 습작...


베트남에서 보내는 두번째 추석... 
 
예상치못한 사고의 수습을 위해 연일 강행군이다보니 6kg나 빠져버린 체중으로 요즘 컨디션이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고 있다. 
 
감기몸살에 허리통증, 잇몸까지 부어 온 몸이 종합병원이다. 
 

베트남에도 추석이란 개념의 Trung Thu가 있다. 
 
쭝투... 중추...중추절... 추석... 
 
천 년간 중국의 지배를 받은 나라답게 중추절은 아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베트남의 추석은 우리의 추석과 다르게 많이 변질이 되었다. 
 
연휴는 커녕 휴일도 아니라서 거의 대부분의 회사는 평상시와 똑같이 근무를 한다. 
 
한 해 농사의 풍요로움을 나누고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자 생겨난 추석이 1년 2모작, 3모작을 하는 베트남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일까? 
 
베트남에서의 추석은 우리의 명절 개념이 아닌 어린이날과 같은 개념의 이벤트일일 뿐이다. 
 
한국은 연휴 첫 날 도로정체에 시달린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베트남에선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근데 희안하게...

추석을 기념하지도 않고 휴일도 아닌데 중국문화가 뿌리깊게 박혀있는 피지배민족의 사상이 남아있는지 추석때마다 월병을 주고 받는 풍습은 아직도 남아있다. 

추석의 개념이 없는 베트남도 옛 전통은 남아 있는지 추석때만 되면 월병(moon cake)이라 불리는 빵을 선물한다. 
 
작년 추석때 거래처에서 받은 월병 욕심내서 집에 가져다 놨다 다 버렸던 기억때문에 올해는 사무실 직원들 먹으라고 다 나눠주며 착한 상사 코스프레 시전....  

급하게 출장업무를 처리하고 사무실에 복귀해서 그 동안 거래처에서 들어온 월병선물세트를 사무실 직원들에게 나눠준다. 
 
방부제가 많다고, 유통기한을 속여 작년에 만든 월병을 재판매한다고 말이 많은 월병이지만 소소한 이벤트에 다들 좋아라한다.
공짜라 그런지...
공짜 참 좋아하는 베트남 사람들이라 그런지... 
 
빵 속에 숨어 있는 계란 노른자만 없으면 그래도 먹을만 한데... 
 
베트남은 평소와 다를바 없는 일상인데 추석 당일 하루는 쉬는 회사 덕분에 오랜만의 여유를 느껴본다. 
 
어제 사다 놓은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차로 10분거리의 하노이 유일의 한국목욕탕에서 때 좀 밀어주고,

점심은 베트남 로컬식당에서 2천원짜리 쌀국수로 해결...

근처 커피숍에서 쌀국수보다 비싼 아메리카노도 한잔 해주시고...  
 
커피숍에서 홀로 커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갓 스무살이나 되보임직한 종업원이 슬그머니 와서 물어본다. 
 
"오빠 혹시 중국사람이예요?" 
 
"아니..  오빠 한국 사람인데...." ㅠㅠ 
 
 
한국에 계신 선배, 친구, 후배분들...
즐거운 추석연휴 만끽하고 계시지요? 
 
저도 나름의 추석 잘 보내고 있는 중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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