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생활/일상생활

Ugly Korean

하노이 나그네 2023. 9.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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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의 삶 8년...

할 일 없는 주말에 내 유일한 낙은 아메리카노 한 잔발마사지가 전부다 
 
오늘도 늦은 점심을 먹고 커피한잔을 들고 단골 발마사지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옷을 갈아입고 막 마사지를 받으려고 하는데 밖이 소란스럽다. 
 
"속옷만 입고 마사지가게에서 주는 옷으로 갈아입으시구요...." 
 
가이드의 설명이 한 동안 이어지는 걸 보니 한국인 단체손님이 온 모양이구나 싶었다. 
 
잠시 뒤 바로 옆방에서 또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예닐곱명 남짓 되어 보이는 50대 아저씨들의 목소리... 
 
잠시 뒤 그 숫자만큼의 마사지사들이 들어가고 난 뒤에 소란스러움은 두 배가 된다. 
 
오랜만일지도, 아님 생전 처음일지도 모를 해외여행에 그 단체손님들의 목소리는 한껏 격양되어 있다. 
 
한국말 몇마디를 내뱉는 베트남 아가씨들이 신기한지 자꾸 한국말로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한국아저씨들의 즐거움이 방안 가득 묻어난다. 
 
하지만 그 즐거움에 동조되어 씨익 미소를 짓게 만든 건 딱 거기까지였다. 
 
"가슴 한번 만져봐도 돼?"
"얘네들은 50달러면 데리고 나갈 수 있어" 
 
어눌한 말투로 연신 "싫어요"를 외치는 마사지사들은 아랑곳없이 "돈 줄께"를 외치는  구역질나는 ugly Korean의 추태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달.에.얼.마.벌.어?"
"한.국.은 마.사.지 만.달.라"
(무식한 새끼가 만달라가 1,200만원인건 알까?)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간 어떤 늙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1시간 반 동안 온 힘을 다해 마사지를 해 주는 댓가로 그들이 받는 돈은 100,000동...

우리 돈으로 고작해봐야 5천원...

그 중노동의 댓가로 그들이 버는 돈은 많아봐야 한달에 40만원 내외... 
 
40만원 중 30만원 정도는 시골에 있는 부모님생활비로 보내고 나머지 10만원으로 그들은 한 달을 버텨낸다. 
 
가라오께에서 몸을 팔면 더 많은 돈을 벌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가라오께 대신 마사지사를 택했다. 
 
시골의 부모형제를 먹여살려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으면서도 쉬운 돈벌이 대신 힘들고 어려운, 하지만 자신의 땀에 댓가를 당당히 얻고자 하는 그들... 
 
그런데 그들의 찌든 삶을 거지같은 한국의 늙은 놈들이 지금 이 순간 깡그리 짓밟아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돈만 주면 뭐든 다 OK를 외칠 것 같은...

나보다 못사는 "후진국의 가난한 아가씨들"이라는 개같은 우월감으로 가득할 것이다. 

 



 
Ugly Korean... 
 
하지만 이 개같은 쓰레기들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그들은 알까?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던 1968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고작 80불이었던 시절에 베트남의 1인당 GDP우리의 4배인 300불이었다는 사실을... 
 
지금도 하노이의 백화점 수입가구 코너2천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4인용 수입식탁이 없어서 못 판다는 사실을... 
 
거리를 가득메운 벤츠, BMW...

굳이 외제차를 들먹이지 않아도 너무나도 쉽게 눈에 띄는 모닝, 아반떼같은 한국 자동차들 조차도 관세와 세금때문에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2배가 더 비싸다는 사실을... 
 
하다못해 그들이 수도없이 봤을 하노이 시내의 허름한 3층짜리 주택조차도 20억이 넘어간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까? 
 
베트남이 전쟁을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베트남이 계속 경제성장을 하였더라면...

어쩌면 옆방에서 온갖 추태를 부리고 있는 저 쓰레기들의 딸들이 한국에 여행 온 부자나라 베트남 사람들의 노리개가 되었을지도... 
 
지금 이들의 돈지랄을 하노이에 수십만명이 넘는 자산 10억 이상의 중산층들이 보면 얼마나 어처구니 없어 할지를... 
 
그들의 추태가 심해질수록 내 얼굴은 점점 더 빨개졌다. 
 
진정 저 더러운, 구역질나는 ugly korean 대신 내가  그 마사지사들에게 일일이 무릎꿇고 사과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들은 잠시의 즐거움을 뒤로 한 채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가면 그 뿐이겠지만, 이곳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야하는 해외교포들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되고, 베트남 사람들에게 멸시의 대상이 되는지 그들은 알기나 할까? 
 
그들도 감정이 있는, 우리와 똑같이 살아 숨쉬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쭙잖은, 알랑한 몇 푼짜리 인생들이 큰 맘 먹고 떠난 해외여행에서 함부로 해도 되는 못사는 후진국의 노예들이 아니다. 
 


 

베트남에 정착한 지 얼마되지 않은 그 언젠가...

식당에서 별거 아닌 일로 알아먹지도 못할 한국말로 큰 소리로 윽박지르며 종업원을 머슴 다루듯 하던 한 한국인 늙은이에게 베트남 종업원들이 나지막히 내뱉었던 한국말을 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개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