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습작/베트남

2021년 9월 29일 베트남 하노이의 소소한 일상

하노이 나그네 2023. 7.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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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디션이 조금만 나빠지면 예전 기억 뿐만 아니라 최근의 기억까지도 자꾸만 머릿속에서 지워져 버리고 만다. 
 
어제 저녁엔 20년을 넘게 한 지붕아래에서 알콩달콩, 티격태격 대며 같이 살아 온 아내의 얼굴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져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오래전 한낮 허구일 뿐이라 여기며 팝콘과 콜라를 곁들이며 보고 지나쳤던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내 머릿속에도 하나가 생겼나 보다. 
 
어제 베트남 동생과 함께 돌아다녔던 하노이 시내의 풍경들도 베트남에서 8년간의 치열했던 삶이 무색할만큼 낯설게 느껴져 그 울적한 감정이 밤 늦게까지 이어져 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이른 새벽까지 이어진 불면의 밤 동안 그동안 저장해놨던 휴대폰 속의 수많은 사진과 어플 속 스토리의 기록들을 다시 들춰보며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기억의 편린들을 어렵사리 다시 붙잡아본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
분명 내가 지나고 거쳐왔을 과거의 내 흔적일텐데...
그런 과거 어느 한 순간의 내 발자국이 남이 밟아놓은 흔적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 건지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의 하루하루이다. 
 
그래서 오늘도...
먼 훗날, 아니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라도...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를 2021년 9월 29일 수요일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내 발자국을 남기려 휴대폰 액정에 불을 밝힌다.

 

21년 9월 29일 아침에도... 

지금껏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던...

도대체 늦잠이나 지각이란 걸 모르는 저 놈은 오늘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

하노이에서 인근 도시의 공장이나 회사로 출근하는 외국인 상사를 위해 베트남 운전기사들이 새벽 일찍 도착해선 피곤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베트남 상사들은 대부분 자차로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교통 무질서 끝판왕 베트남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무조건 외국인은 가해자로 몰리기에 대부분 베트남 기사를 채용한다.

 베트남 아저씨 부지런도 하셔라.

아까 운전기사 옆에서 스트레칭 하더니 또 언제 여기 아파트 앞 공원으로 와서 운동 중이시래?

베트남에 살면서 궁금한 것 중 하나...

하루에도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오는 저 많은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가는거지? 

한국 쓰레기양은 베트남에 비해서는...

한국은 쓰레기 분리수거가 예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아주 먼 나라 이야기...

대신 인건비의 천국인 베트남답게 쓰레기 분리수거는 아파트 청소아줌마들의 몫...

아파트 1층 야외수영장은 도대체 언제나 수리를 끝낼 생각인지... ㅠㅠ

하루의 고단함과 허기를 달래려 아파트 1층 야외화단에 걸터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아파트 경비 아저씨...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오빠를 위해 군밤을 사왔다는 베트남 동생을 만나려고 아파트 사거리 야외공원에서 접선 대기 중... ㅋㅋㅋ

아직 따뜻할 때 드세요.

서둘러 집에 돌려보내던 베트남 여동생과 헤어지고 집에와서 풀어보니 생각보다 양이 많네요. 

"네 마음을 생각해서 많이 먹을께~"

컨디션이 별로인 울 마나님 왈~ "오늘 저녁은 돼지갈비 콜??" 을 외쳐 아파트 1층 한국식당에서 배달시킨 돼지갈비...

그나마 베트남에 살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

베트남 아파트 한국처럼 거실과 입구의 경계가 따로 없어서 자체 거실과 신발장의 경계선을 만들어 그래도 나름대로 청결하게 살고 있네요 ㅎㅎ

아파트 복도 아파트 문 앞에 벗어놓은 신발들...

이런 집들은 100% 베트남 로컬 거주민들...

우리 집 바로 옆 집도 베트남인들이 거주 중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