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기타 잡동사니

내 머릿속의 지우개

하노이 나그네 2023. 10. 18. 06:00
반응형

정우성처럼 생기지도 않았고 손예진처럼 예쁘지도 않은 놈이...

다른 이들은 평생 살면서 한번도 생길 조차 없을...

머릿속에 지우개가 하나 생겨 버렸다.

저를 알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는 소중한 추억을 저만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저를 알아보고 환한 미소를 지어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제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요즘들어 저를 많이 아프고 고통스럽게 한다.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영화에서나 있을법한 ...

기억상실...

기억상실증이 괴롭히기 시작한지도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베트남에서 8년의 뿐만 아니라, 지난 49년간의 삶도 군데군데 머릿속 기억에서 지워져버려 맞춰지지 않는 퍼즐조각들이 머릿속에 어지러히 널려있다.

2021년 6 차례의 기억상실 급히 한국을 다녀오고 난뒤, 2022년 3 차례의 기억상실로 작년 한국에서의 기억도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휴대폰 사진 베트남 사람들과의 인연 뿐만 아니라 오래 한국에서의 인연들조차 이젠 가물거리기 시작한다.

곁에서 항상 지켜봐주는 아내조차 때론 낯설게 느껴져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때도 있다.

이런 자신의 현실이 너무나 억울해 소리라도 실컷 질러보고 싶지만...

이상의 기억상실은 없길 바라며 친근하면서도 낯선 베트남 하노이에서 10월의 어느 늦은 저녁을 보내고 있다.